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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과사는남자 엄흥도란 사람과 무덤 (의흥 은거, 단종 시신 수습, 영월 호장)

by map11song 2026. 2. 21.

왕과 사는 남자 엄흥도 포스터

영화 '왕의 남자'를 보면서 엄흥도라는 인물이 궁금해졌습니다. 제목만 보고 왕의 측근이나 가족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유배지에서 단종을 모신 한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엄흥도는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의로운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그의 묘소가 어디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저는 이 부분이 상당히 의외였습니다.

엄흥도 묘소를 둘러싼 세 가지 주장

엄흥도의 묘소 위치에 대해서는 영월, 청주, 그리고 경상도 의흥(현 군위) 세 곳이 거론됩니다. 세조 3년 1459년 10월 24일, 단종이 사사된 후 그의 시신은 방치되었습니다. 당시 역적으로 몰린 이의 시신은 일정 기간 효수되거나 방치되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입니다.

영월 호장이었던 엄흥도가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단종의 시신을 수습했다는 것까지는 여러 문헌에서 일치합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엄흥도가 단종 시신을 수습한 것이 알려지면 역률로 다스려지던 시대였기에, 그가 영월에 그대로 머물렀을 리 만무합니다.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여러 기록에서 엄흥도가 영남으로 몸을 피했다는 내용이 확인됩니다.

청주설의 경우 제기 당시부터 주장에 모순이 드러났습니다. 반면 의흥설은 합리성이 있었지만, 후손들이 한미하고 경제적 여건이 취약해 공론을 얻지 못했습니다.

의흥 묘소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들

제가 자료를 찾아보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의흥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상당히 구체적이라는 것입니다. 우선 지리적으로 의흥현은 영남 중심부에 위치하며, 엄흥도가 숨어 살았다는 군위 화본리는 팔공산과 보현산, 화산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산간벽지입니다. 피신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던 셈입니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문헌 기록입니다. 1701년 엄흥도의 19세손 엄수한이 호적 등을 가지고 최석정을 찾아가 자신이 엄흥도의 후손이며 묘소가 의흥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의흥 후손들의 주장과 일치합니다. 32년 후인 1733년에는 22세손 엄철업 등이 조정에 책자와 족보를 제출했고, 영조 9년 나라에서 엄씨 종손의 군역과 복호를 면제하는 완문을 발급했습니다. 이 완문은 의흥 광순문이 엄흥도의 자손임을 조정으로부터 공식 인정받은 증서입니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 놀랐던 것은,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상황에서도 의흥의 광순문 후손들이 300년 넘게 묘소를 보존해왔다는 점입니다. 확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영화가 보여주지 못한 역사의 디테일

영화를 보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습니다. 엄흥도가 영화에서는 상당히 가난한 인물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호장이라는 지방 행정 실무자였습니다.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은 영화 속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저 역시 처음엔 그랬으니까요.

단종이 어린 나이에 유배를 간다는 앞뒤 맥락을 모르면, 안쓰러움과 측은지심만 생길 뿐입니다. 세조가 정권을 잡은 과정, 단종복위사건으로 인해 단종이 영월로 유배된 배경, 그리고 결국 사사에 이른 일련의 과정을 알아야 엄흥도의 선택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것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역사 영화는 재미를 위해 일부 각색하는 게 당연하지만, 핵심 사실관계만큼은 지켜져야 한다고 봅니다. 엄흥도의 신분, 그가 처한 위험의 수위, 그리고 그가 선택한 피신처까지. 이런 디테일이 정확해야 관객들이 진짜 역사를 이해하게 됩니다.

엄흥도의 묘소 위치 논란은 단순한 학술 문제가 아닙니다. 300년 넘게 묘를 지켜온 후손들의 삶, 조정의 공식 인정, 그리고 지리적 정황까지 종합하면 의흥설이 가장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지만, 때로는 이렇게 한미한 후손들이 지켜낸 진실도 있습니다. 영화로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그 다음 단계는 진짜 역사를 찾아보는 것입니다. 그래야 엄흥도라는 인물이 왜 충의공으로 추증되었는지,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https://m.riss.kr/search/detail/DetailView.do?p_mat_type=1a0202e37d52c72d&control_no=3b4ed5694af9f5db6aae8a972f9116fb#redirect
참고: https://www.riss.kr/search/detail/DetailView.do?p_mat_type=be54d9b8bc7cdb09&control_no=ea21cd4f555c6686ffe0bdc3ef48d419&outLin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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